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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서울 라이프

오늘의 성시경과 바스티안 베이커, 씨스타와 장기하, 그리고 자우림

by 헤일매리 2014.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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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SH 콘서트에 다녀왔다. 

러쉬가 화장품 이름인 것을 콘서트장에 가서야 알게 됐는데, 

콘서트 이름이 냄새나는 콘서트라니, 정말 공연장 안에서는 화장품 향을 분사기로 계속 쏴주었다.

신기한 마케팅.


첫 공연이 성시경 공연이었는데, 눈병에 걸렸다며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다.

마녀사냥에서 연일 활약 중인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실로 간만에 보았는데,

잠시 지나간 그런 흔한 가수가 아님을 증명하듯 그의 목소리에 배어나오는 담담한 슬픔, 그리고 그 목소리 넘어

관객들 한명 한명에게 심어주는 ㅡ 멜로디 이상의 아득한 그 ㅡ 감정들은 여전했다. 시경 형님은.

그리고 나중에 삼십년 뒤 어버이날 디너쇼때 우리 아들이 날 성시경디너쇼에 꼭 보내주면 좋겠다.


두번째로 나온 Bastian Baker. 

유럽의 ...뭐시기 라고 하던데, 영복이 표현대로 약간의 컨츄리 스타일이었다. 유럽이라면 흔히 영국쪽을 이르는 말일텐데,

영국 특유의 우울한 밴드 느낌은 아니었고,

미국 특유의 화끈한 밴드 느낌도 아니었고, 

(나는 음악을 잘 모르니까) 적당한 중간중간의 독특한 색을 뿜은 밴드같았다.

여섯 곡 일곱 곡 정도를 불렀는데, 딱 한곡 Prime이라는 곡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 했다.

끝나고는 관객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간 아직 젊고 에너지 넘치는 애들ㅋㅋ 형인지 동생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으로는 씨스타가 나왔는데, 감정이 영 복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나왔다는 이유로 내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는데,

도무지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는 내 모습이 관조적이라는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막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보듯, 신제품 홍보쇼에 가서 새로운 노트북 광고를 보는듯한,

힘든 자세로 굳이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는 이상한 아이들.

그러면서 동시에 젊고 예쁘다는 이유로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나. 

신기하단 말이야. 이런 아이돌 문화.

아무튼, 멀리 엘레이에서 효린 빠돌이를 자처하고 있는 상민이가 그리웠던 순간. :)


이제 두 팀이 남았는데, 장기하와 자우림.

영복이는 자우림이 먼저 나오리라 예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콘서트 마지막팀 레벨을 하기에는 장기하는 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역시 네번째 팀으로 장기하 밴드가 나왔다. 장기하와 얼굴들 !

장기하 밴드는 뭐랄까, 베일에 가려진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관객들에게 공개할 수 없거나 공개하지 않은 비화같은 게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독창적인 색깔을 지니고 활동을 할 수가 있을까.

아무튼 병때문에 기타를 치지 못한다는 기하 형님은 특유의,, 건들건들 할듯말듯한 느낌의 분위기로 또라이 같아 보이는, 정말 지극히 정상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또라이같은 모습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장기하 노래는 몇 곡 외우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따라부르는 맛이 뭔지 처음으로 느껴봤다 

야호.

기억에 남는 멘트는, 

"불법으로 들으셔도 됩니다. 불법으로 듣다보면, 합법적으로 사고 싶어질 테니까 !"


마지막으로 나온 자우림. 그리고 김윤아.

자우링은 일반적으로 락 밴드로 분류되는데, 

과연 어느 락밴드 40대 언니가 하얀 블라우스에 하늘거리는 파란색 긴치마를 입고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음악이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강력히 그렇다, 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김윤아의 목소리.

힘이 있되 부드럽고, 하늘거리되 가득한 신기한 목소리.

그리고 목소리를 보조해주는 기타와 드럼, 건반의 하모니.

하나님은 어쩌자고 이렇게 아까운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을까.



자우림이 마지막으로 부른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들으며,

오늘 내가 들은 신비로운 멜로디와 목소리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광경, 

내가 들으며 감동했던 멜로디와 말로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동네친구와 함께 나누고 싶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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