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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포항 라이프

두 개의 문

by 헤일매리 2012.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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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봤다. 



1.소설 어린왕자에서 왕자는 양을 한마리 그려달라 하고는 작은 상자를 보며 흡족해한다.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두개의 문에서 나오는 '망루'는 어린왕자의 상자와 같은 역할이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망루 내부의 구체적인 구조나 디자인이 나오지 않아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다. 거기서 경찰은 시위자들을 폭행했을까? 무슨 일이 있었을까? 



2.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이 죽는 살인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봐야 하는 것이었다. 용산 참사 당시의 영상을 그대로 썼기 때문에 그야말로 실제상황이었다.... 영화 무간도에서는 불경 어느 말씀을 보여주며 (찾아보니 지장경 이라 한다) 지옥의 지하 18층에 있는 무간지옥을 일컫는 말이 있는데, 다른 서술은 없었지만 망루 내부 장면은 무간지옥의 모습이 아닐까 영화보는 내내 생각했다. (찾아보니 무간지옥은 아비지옥과 같은 말이고, 아비규환할 때의 그 아비라 한다)



3. 조세희씨의 희대의 역작 내가 참 좋아하는 소설 난쏘공은 철거민 내용이다. 그리고 주인공 난장이의 둘째 아들 이름이 영호인터라, 괜히 감정이입하고 또 내용에 담긴 허무맹랑한 희망과 그 희망의 현실불가능성을 점지하며 마음에 격변이 일어난 채로 읽었는데, 두개의 문도 철거민 내용이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 



4. 영화 스파이더맨 1의 피터 파커의 삼촌 벤의 명대사는 이렇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갓 스무살을 넘긴 우리 20대의 손에 곤봉과 살수기를 쥐어주면, 아직 머리가 채 자라지 못해 정의와 자유와 인권과 세상과 자기자신과 권력에 대해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우리 20대에게 방패와 무기가 주어지면, 그 힘은 어디로 튈까. 일전에 염과 대화를 나누다 젊음에는 그 힘의 방향과 목적이 있어야 함을 놓고 논의한 적이 있는데, 정부의 무지막지한 힘을 이어받은 젊음이 그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魔에 취해 미친듯이 날뛰는 광경을 나는 영화를 통해 지켜봤다.



5. 영화 고지전에 보면 누구의 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억해보자면, 병사들은 전쟁하는 이유도 모르고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고, 전쟁을 오래하다보니 왜 하는지도 모른다, 와 비슷한 대사가 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철수하지 못하고 위에 남아버린 철거민이나 어쩔 수 없이 입대했는데 용산으로 출동을 나간 전경아저씨들이나, 모두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6. 두개의 문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경찰특공대원의 진술서 마지막 문장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는다. 

"사망한 농성인들도, 저희 동료인 경찰특공대원도 모두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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