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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통영 라이프

열흘 전

by 헤일매리 201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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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시 일어난다

10시 동시에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11시 잠시 TV를 본다, 대개 음식관련된 프로그램이거나 뉴스다

11시반 영화를 본다

2시 영화를 하나 더 본다 

3시 엄마랑 밥을 먹는다

3시반 보던 영화를 마저 본다

5시 영화를 하나 더 본다

7시 아빠가 집에 온다

7시반 밥을 먹는다

8시 영화를 찾는다

10시 드라마를 본다 월화수목

11시 안녕하세요를 보거나 영화를 본다

2시반 잔다

한달반 정도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그렇게 재밌진 않다


2.

오늘은 러셀 크로 형님의 the next three days와 리암 니슨 형님의 the grey를 봤다.

the next three days 이 영화는 내일 엄마랑 같이 봐야겠다. 엄마가 좋아하는 특유의 긴장과 쫄깃함이 영화에 살아있다.


존 오트웨이로 분한 니슨 형님은 엔딩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느 글에선가 '역시 탕웨이는 대사 없이도 1분은 거뜬히 여러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만추의 엔딩을 보며 심히 공감했었다.

the grey 엔딩에서 보여준 니슨의 눈빛 연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인간이 의지하는 단 한가지 믿음을 매우 단순하고 강렬하게 묘사했다.

깊게 패인 눈밑 주름과 눈썹ㅡ 그리고 시선이 명확히 고정된 두 눈, 꽉쥔 두 주먹과 그가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시에서 내뱉어져 나오는 삶의 의지.

나는 이 비슷한 눈빛을 프리즌브레이크 시즌1에서 마이클 스코필드가 바보연기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눈빛이 변하는 장면에서 느낀 적이 있다.

물론 비슷한 것일 뿐이다. 니슨의 눈빛이 더 ...


때로 나는 이런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아쉽다. 

그래, 나는 젠장 미칠듯한 감정을 느꼈거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와러크레이지한 삘링을 말야. 

군대에 있는 내내 나는 나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보려 노력하기도 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암튼, 결국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보았다 해도 다 똑같이 느낄 수는 없을 것이고.

엔딩의 가장 중요한 순간 영화는 암전되고 더 이상 보여주지 않은 채 크레딧이 올라가지만, whatever.

감독은 그의 생각을 내게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멋지네 


3.

요즘 우리 엄마는 '솰아있네' 라는 단어를 즐겨쓴다.

원래 범죄와의 전쟁에서 김판호랑 최형배랑 암튼 여러 애들이 계속 쓰는 단언데, 

영화를 본 사람들만의 유행어다. 

며칠 전 TV에서 한 연예인이 그 단어를 언급하길래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는 영 기억을 못한다.

그래서 youtube에서 찾아 보여드렸더니, 몇날며칠 내게 "솰아있네"를 연발하신다. 


4.

점심 시간에 외갓집엘 다녀왔는데, 시간이 맞으면 엄마빠랑 '도둑들'을 볼까 했는데 못봤다.

다시 시간이 나진 않을 거 같은데, 두고 두고 아쉬울 거 같다.


5.

가은이 누나가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합격하면 순천쪽 학교에 발령받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주일마다 올 수도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가을 시험까지 가야할 상황이다.


6.

수박이 많이 비싸다.

내 머리보다 좀 더 큰게 이만원한다.

LA에서 이천원하던게 여기서 이만원하니까 어이가 없다.

근데 난 원래 한국살다가 기껏 1년 LA갔다왔는데 LA사람처럼 말하니까 더 어이없다.

키위는 더 비싸다.

복숭아는 키위보다 더 비싸다.


7.

아직 다운받고 보지 못한 영화가 22편이다.


8.

개강 열흘 남았다.



p.s.

the grey에서 리암 니슨이 엔딩에서 내뱉는 '자신의 아버지의 시'


once more into the fray.
in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and die on this day.
live and die on thi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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