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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통영 라이프

간접체험

by 헤일매리 201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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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접체험

며칠을 끙끙 앓았다.

날 더운데 고열증상이 나서 에어컨을 틀었다가 껐다가 땀흘리다가 전기장판을 틀었다가 했다.

하는 수없이, '김영호내과'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참고로 우리교회 집사님이다.

열이 내린 뒤가 문제였다.

몸 속의 열이 배탈을 일으켰는지 수십차례 토해내듯이 쏟아냈다.

폭우였다.

베이징 폭우가 내 항문까지 번진 줄 알았다.

일일일똥 라이프가 맥없이 깨진 나날이었다. 

장염까지는 아니고, 여름철 흔한 배탈증상인 듯하단다.

며칠을 끙끙 앓으며

물과 피를 모두 쏟아내신 예수님의 고통을 간접체험한 느낌이다.

아직 감격스런 첫 '똥'이 나오지 않았는데, 

똥을 십일조로 드릴 순 없음이 좀 슬프다.



2. 민짐

통영에서 한 아이가 죽었다.

산양면에서 10km 가량 떨어진 어느 야산에 시체가 유기됐다는 뉴스까지 들었다.

곳곳에서 말이 많았다.

주일예배 기도시간에도 나오고, 

버스기사 아저씨도 "잡힜타카데예" 하며 뒷자리 아줌마가 탄성을 지르게 했다.

아내는 외국인이라고 하던데.

그네들은 어찌 살아갈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마저 든다.

아버지는 어제 사건 현장검증엘 다녀오셨다.

다녀오신 곳은 우리집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민양마을이었다.

어른들은 모두 그곳을 민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3. 뭐, 뭐야?

집에 온 뒤로 엄마와 시간이 날때마다 영화를 본다.

엄마의 타겟은 흥행영화 위주지만 히어로물, SF같은 건 싫어하신다.

최종병기 활을 시작으로 웬만한 한국 인기영화를 다 보고서

놀란 감독의 인셉션을 봤는데, 

엄마가 놀란 감독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여세를 몰아 2001년작 메멘토를 틀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자 엄마는

"뭐, 뭐야? 영화 끝났거야? 왜 끝난거야?" 하셨다.

엄마 귀엽다.



4. 의뢰인

엄마와 함께 영화 의뢰인을 볼 때였다.

주인공 장혁의 대사는 대충 이러했는데,

 ㅡ네. 제가 죽였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는데, 주위에서 다들 제가 죽였다고 하니까 '정말 그런걸까. 내가 죽인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를 미워하는 제 마음이 아내를 죽인 겁니다ㅡ

비스무리했던 것 같다.

다시 봐도 소름돋는 대사였다.


대장금에 보면 이영애가 "저는 홍시맛이 나길래 홍시라고 답하였는데, 저보고 왜 홍시냐고 물으시면..." 하는 장면이 있다.

홍시맛이 나니까 홍시인 거다.

사람으로 보이니까 사람인 거고, approximately라고 들리니까 그렇게 들리는거다.

하지만 과학기술 등의 발전으로 '버터'와 완전 똑같은 '가짜 버터' 가 등장했다. 

이 버터의 이름은 'i cant believe its not butter'다. 

난 본 적이 없는데, 근데 미국에 진짜 있다.

완벽하게, 버터라고 인식하지만 실상 버터는 아닌 것이다. 

웃기다.

세상에는 점점 이런 것들 투성이 되어간다.


나아가서, 우리가 초록색이라고 부르는 것도 실제 초록색과는 전혀 관련없을 수도 있다. 

원래 하나님이 만든 '초록색'이라는 것은 '빨갛게'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의 시각이 초록색으로 인식할 수도 있고,

인류가 타락하며 뭔가 중간에 우리 모르게 바꼈을 수도 있고,

아니면.. whatever its source of distorting is, what we see could not be what we think we see

물론, 보시기에 좋은 것을 사랑하는 주님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주셨으리라 믿는다.


장혁, 이영애의 대사와, 초록색 이야기를 버무려, 

아직도 가끔 나는 '나는 내가 맞는가' 하는 생각에 잡히곤 한다.

거울을 보면 이상한 놈이 보이는게 첫째 이유다 ㅎㅎ

무서울 때도 있다.

어느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단서도 없을 때,

내 속의 내가 그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혹은 다짜고짜 믿음을 말하며, 믿음없는 자여 의심하지 말라, 믿으라, 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을 가장 의심해야 한다.

의심없이 믿으라는 말을 가장 의심해야 한다. 

갈 수 있는 데까지 의심하다 지옥 끝까지도 가보고 철저하게 확인하고 올라와서 세상에 나가야 한다. 

(이 마지막 문단은 교수님 말씀이다)


나는 아직도 저 마지막 문단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5. 마이웨이

어제는 장동건+오다기리 조 콤비의 마이웨이를 봤는데,

흥행은 못했지만 참 멋진 영화였다.

어떤 영화든지, 크레딧이 올라온다. 

크레딧을 보면서 감히 재미있네 없네 하는 소리를 못하겠다. 

영화 찍는 친구들의 힘겨움을 지켜봐서 그런가.



6. 덥다

더울땐 더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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