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관에서 나오다 익숙한 한 남자의 옆모습을 봤다. 손영진 샘이다. 정확히 십년 전, 대성N학원 영어 쌤. 대각선으로 마주했는데, 내게 등을 보인 채로 돌아가신다.
#2. 가서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관뒀다. 몇년 전 우연찮게 봤을 땐 그래도 그 당시 같이 학원다니던 친구 얘기하며 몇몇 나눌 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최 떠오르질 않았다.
#3. 쌤의 뒷모습을 보면서 횡단보도까지 걸어왔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혹 하는 생각에 대갈빡을 굴려보는데, 쌤 이름이 영진이던가 명진이던가, 헷갈린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다가 생각났는데, 손명진은 얼마 전에 결혼한 축구동아리 형 이름이다.
#4. 3년 동안 손영진 쌤한테 영어를 배웠는데, 웃기게도 내가 지금 통영에서 뻘짓거리하고 있는게 토익이다.
#5. 그러니까 십년 전, 화장실 옆 교실에서 수업 들을 때 이런 적이 있었다. 영진 쌤이 하는 영어듣기 시간이었는데, 무슨 문장에선가, 'if'가 나왔었다. 나는 몇번을 다시 들어도 그 문장에서 if를 찾아내질 못하겠던데, 듣자마자 단번에 if까지 갖춰진 완벽한 문장으로 받아쓰기를 한 친구가 있었다. 존경하면서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또 친하게 지내던 친군데, 이 친구네 집이 지금 우리집 근처에 있다. 앞뒤 관계를 제대로 하자면, 우리집이 걔네 근처로 이사를 온 거다. 고맙게도 취업준비생이다. 다행이다.
#6. 당시 학원에서 우리를 가르치던 쌤들이 몇몇 분이서 다른 학원을 한다는 얘기를 흘려들은 적도 있고 아빠가 어느 모임에서 송현웅(called 쏘래눙)의 삼촌, 우리 대성학원 수학 쌤을 만나기도 했다. 나는 직접 뵙지는 못했다.
#7. 쓰다가 생각나는데, 아직도 통영에서 레코드 점을 하시는 '명성 레코드' 아저씨네는 딸이 진짜 이뻤다. 내가 태어나서 첫눈에 반한 세번째 사람인가, 두번짼가 그랬는데, 그 딸이 내가 중3 끝날 무렵 우리 학원 영어 쌤으로 왔었다. 그 누나 수업을 못 들어보고 거창간 게 지금 와서 좀 아쉽다.
#8. 영진 쌤은 별로 늙지도 않는 거 같고, 표정도 여전하셨다. (약간 김C 표정이다) 여전히 멋진 쌤. 어딜 그리 바삐 가시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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