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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실영감은
논 서른 마지기에
밭 스무 마지기를 버는
예전부터 한 가락 날리던 중노인데요
한창 때는
행랑채에 머슴 셋을 두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이화중선이나 임방울 소리에 홀랑 빠졌겠지요
세월 다 흘러
함께 죽장 짚다던 할멈도 길 떠나고
둘 있던 자식들 어찌 어찌 세상나고
혼자 남아 평생 해 본 일 없는 논농사 밭농사 직접
부치는데요
논밭에 나설 때면 운치 있게 꼭 소달구지를 타고
나서지요
달구지에 농협 막걸리 두 병 싣고
귀에는 이어폰을 척 꽂았는데요
호주머니 안쪽에 넣어 둔
휴대폰 녹음기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지금도 이
화중선과 임방울인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시인 곽재구
과거에서 찾은, 과거보다 과거의 과거를 그린 과거의 과거 이야기.
과거=군대 다이어리 스크랩
과거의 과거=시인이 시를 쓴 시기
과거의 과거의 과거=돌실영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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