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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단상

오늘의 밤에 쓰는 편지

by 헤일매리 201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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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종종 너무 기합이 들어가서, 혹은 감정의 선이 너무 예리하게 살아서, 

생각의 범위가 최저점까지 이르거나 최고점까지 이르곤 한다.

윤종신은 이를 '보내지 못한 편지' 정도로 번역해서 노래로 표현하는 듯하다. (아니 사실, 보내지 못한 이유는 다른 데 있겠지)

나는 이런 글들을 대개, 밤에 쓰고 아침에 보면 민망해서 보지못할 글, 이라고 생각한다ㅋ 


애니웨이, 딱히 내용은 없지만 뭔가 밤에 대한 느낌과 밤을 생각하는 기분에 대한 글이 문득 쓰고 싶어졌다.

친구가 그랬다. 밤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힘이 강한 시간이라고.

그래서 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면 아침 10시보다는 밤 10시가 좋겠다고 생각을 하곤 했다.

성공한 적은 없다.

한번 있긴 하다.


이성과 감성하니 또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상냥하고 착하고 뭔가 그냥 평범하게 착한 친구가 어느날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가 그랬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거라고"

나는 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게 본래 모습이라 생각하지? 원래 성격이 착하고 온순한건데, 화가나서 저럴 수 있지 않을까.

친구를 말했다. "원래 이성으로 그걸 컨트롤하고 조절하는 건데 그게 조절 안 됐을 때 저런 모습이 나오는 거야"

그런 설명에도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두가지 이야기는 모두 10년 전 이야기다.

맞아. 정확히 십년전이네. 17살. 

그 때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이 가지 않았던, 성공하지 못했던 것들이 문득 어느날 이해되면서,

이성의 힘이 감성을 곧잘 이기지 못해 마음이 힘들어하던 것도

이성의 힘이 본능을 곧잘 누르지 못해 영혼이 곤고해하던 것도 

이제는 알게 된다. 



나는 예의바르고 착하고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거절을 잘 못하고, 도전의 두려워하고 잘 참지 못하고 인사 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편이라 할 수 있다ㅋ 

여전히 그렇다.


신선생님이 그랬다.

얌전하게 믿어서 천국에 갈 수 있겠냐고.

나는 그렇다 생각했다. 

그는 아닐 수도 있다 했다.

정확한 멘트, 논리, 골자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의 말을 그러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다. 그리고 부활하기 전 사흘동안 지옥의 저 밑바닥까지 다녀오셨을 것이다. 모르고 믿는 것과 알고 믿는 것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분들이 저 지옥의 무저갱까지 갔다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믿음을 가지길 바란다"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나, 분명 일리가 있다.

귀가 얇은 나에게는 특히!

그러면서 덧붙인 말씀이 "그 지옥에서 여러분이 치고 올라올 수 있을지 아닐지는 내가 알 수 없고, 보장할 수 없다"


내가 지옥을 가봤는지는 모르겠으나, 

때때로 인생의 처참함과 모진 모습에 스스로 지옥을 만들곤 한다. 

이제는 bounce bounce해서 튕겨 올라가야지.


장목사님이 그랬다.

"이왕 술마실거고, 도박도하고, 마약도하고, 나쁜 거할거면 할 때까지 다 해보고 다시 돌아와라, 애매하게 하는듯 안하는듯 해버리면 그게 얼마나 나쁜건지 알지도 못하고 계속 거기 머물게 될 수도 있다"

장목사님은 종종 충격요법 형식으로 설교를 하시곤 하는 것 같았다. 자극적은 설교에 나도 흥미로웠고 또 더 느끼는 것도 많았다.

(자극이 일상이 되면 무뎌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니)


음.

밤에 쓰는 편지다.

아침에 일어나면 민망해 쳐다보진 못하겠지만,

이 마음과 생각은 지금도, 내일 아침에도 가득하길.

주일을 맞이하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착하고 아름다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또 한주를, 하루를, 순간을 이겨내며 승리할 힘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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