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릉에서 서울까지, 해가 진 뒤 그 먼 길을 혼자 달려왔을 상우의 마음에 울컥.
2.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고 묻지만 실제로 사랑은 변했다. 영화 속 상우와 할머니 둘 만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맴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왔을 때 할머니는 버스와 여자는 지나면 잡는게 아니라고 다독이며 상우를 위로하고 그렇게 상우의 봄날이 간다.
3. 아웃포커싱을 잡았지만 이영애의 얼굴 표정은 선명하게 보인다. 벚꽃내린 봄날, 마지막으로 둘이 만났을 때의 장면이 내게는 참 알 수 없는 씬같아 보였는데, 그렇게 며칠 전까지 생각했는데 최근 J와 연락이 닿아 이야기하다 보니 자신을 잃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자신을 죽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의 차이를 말씀한 kom1029님의 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4.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저렇게 웃는 유지태의 표정이 참 묘하고 아득해보인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던 씨네21에 올라온 님의 kom1029 글을 인용한다.
http://www.cine21.com/review/nz/view/article_no/68977
...(생략)
은희경의 소설집 말미에 수록된 한 문학평론가의 감상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글에 의하면 사랑은 순정과 연기, 오버액션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모든 소년은 사랑의 전략으로 순정을 구사하지만,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연애사들을 살펴보았을 때 사랑의 성패는 대개 순정이 아니라 연기력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소년의 사랑은 대부분 실패하고 폐기된다. 거듭되는 순정의 실패 속에서 소년은 연기로 전략을 수정하며 또다른 사랑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봄날은 간다>는 사랑이 연기가 되기 직전, 바로 그 순정의 실패에 관한 영화다. 결과적으로 <500일의 썸머>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영화가 되었는데, 똑같이 사랑의 실패를 이야기하지만 다른 사랑의 시작을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실패한 소년이 열병을 앓듯 분열증에 시달리다 치유되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봄날은 간다>가 아픈 이유는 자기를 죽이지 않고는 그 어느 곳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아프게 겪는 이 모든 경험이, 실은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알고 나만 겪는 모노드라마라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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