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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기/단상

보일러와 전기장판

by 헤일매리 201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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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추워도 요즘은 보일러를 안 켠다.
두달 정도 이렇게 지낸거 같다.
몰랐는데, 다들 원래 그렇게 사는거 같다.
지지난달 가스비 십만원에 충격먹고는
집에 오면 전기장판만 켜고 잔다.
충분히 따뜻하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보일러를 켰다.
마음이 너무 추워서 보일러를 켰다.
근데도 쉽게 데워지지 않길래 꺼버렸다.

대학년 4학년 기독경영윤리 시간,
미스터 지 교수님은 이런 질문을 하셨다.
요셉이 보디발에게 믿음을 얻은 것이 먼저인가
믿음을 준 것이 먼저인가?
답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나는 종종 상대의 패를 보고싶어했다.
내 패를 보여주기 전에.
서로 팽팽한 기싸움이었다.

지금은 나의 패를 먼저 다 보이고
상대방과 윈윈 전략을 하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따뜻한 마음이 되고픈데,
이상하게 오늘 보일러가 먹통이다.
너무 춥다.
그냥 그 채로 자려고 이불을 한껏 끌어올리다
바닥에 느껴지는 전기장판을 생각하면서
요거라도 있는게 참 다행이다, 는 생각.

내가 먼저 따뜻함을 줄게 아니라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받은 따뜻함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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