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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직장과 직업의 차이 그리고 그로부터의 갈등

by 헤일매리 201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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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직장생활 7년차. 깊은 빡침과 해탈의 반복 속에서 글을 쓴다. 

우리는 직장이 어디세요? 라고는 물어보지만 직업이 어디세요? 라고 묻지는 않는다. 직장은 Where의 개념이고 직업은 What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소개를 할때 "제 직장은 을지로 3가에 있고요, 직업은 평범한 사무직이예요", 라고 한다. 동시에 두가지를 같이 소개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 자신이 직장인에 가까운지, 직업인에 가까운지를 고민하게 된다. 

 

직장과 직업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눈다면, 직장에 다닌다닌다는 것은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 어떻게든 때우면서 지내도 무방하고 직업이 있는 것은 맡은 일이 있고 해당 업무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직장이 없는 직업인이라든 이런건 논외로 합시다^^)

 

 

회사에 처음 입사 했을 때는 회사원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마냥 감사한 마음이 컸었다. 오!! 저같은 미천한 것을 거두어 주시다니!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충성! 했었다. 

 

 

내가 속한 제조산업의 특성은 개인의 역량이 발휘되기 힘든 구조였고 시장 환경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가지 업무의 숙달-반복을 통한 성장은 가능하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점점 직장에서 시간만 때우는 때도 많아졌다. 내가 하는 업무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도 했고 매일-매주-매달 반복되는 업무에서 지쳐갔었다. 

 

 

그 중의 제일은 바쁜척 하기 위해 힘들때도 많았다는 거다. 

 

 

 

 

 

그러다가 거래처의 어느 파트너를 만나게 됐는데, 일을 함께 하고싶다, 배우고 싶다, 저런 사람 밑에서라면 혼나도 기쁘겠다, 싶은 사람은 만났다. 일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시장을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업무외의 부분에서도 나이스하고 합리적인 면이 많았다. 말투나 목소리, 상대를 존대하는 습관 등은 결코 꾸며낸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직업業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시장 펀더멘탈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달, 몇년의 시간이 지나서 무르익은 직업인의 모습이었다.  

 

 

일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때가 그 분을 만났을 때였던거 같다. 모든 직장인에게 적절한 멘토는 필요한 법...

 

 

직장생활 7년차.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올 것이다. 이 직장을 옮기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 다른 분야로 갈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두려운 것은 그 선택의 시간에 손만 빨면서 다른 누군가가 그 선택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보게 되는 것. 내 선택을 내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렇게 보면 사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고 직업도 바뀔 수 있지만 업業에 대해 배운 전문성은 생각보다 더 오래 써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실력 인정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인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도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여기서 하루 8시간 시간만 때우다가는 손가락만 쪽쪽 빨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러분은 직장에만 다니고 있나요, 직업을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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